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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천의 새벽

기사승인 2023.03.29  12: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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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하유태/문학동인 섬' Thing 회원. 전 삼성중공업 전무

고현천은 예전에도 많이 다녔지만 봄을 만끽하며 새벽에 걷기를 자주하는 편이다. 고현천까지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거쳐야 하니 빠르게 걸어서 통과한다. 아직은 새벽공기가 차가우니 마스크 착용으로 황사와 매연 차단을 한다.

십여 분을 걸어 고현천 하류에 도착한다.

“휴우∽”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닫혀있던 가슴을 펴고 걸음을 늦춘다.

맨 처음 만나는 자연은 청명한 물소리다. 바위를 부딪치며 내는 우렁찬 소리가 아니라 넘치니 흘려보내는 “쫄쫄쫄” 하는 자연스러운 소리다. 조용한 새벽에 물소리에 집중하니 마음도 맑아진다. 과하니 흘려보내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느껴보면서도 인생사에 강조하는 과유불급을 생각게 하는 순간이다.

까∽만 새벽녘이라 가로등에만 의존하며 무념무상으로 걷고 있는데 정적을 깨고 어디선가 귀에 익은 동물 소리가 들려온다. “꼬끼오∽꼬꼬” 독창으로 목이 터져라 모든 생물들에게 새벽 점호 시간이 닥아 옴을 알린다. 정적을 깨며 새벽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는 “출근 준비해라”, “밭에 나갈 준비해라“ 그리고 “밤새 낳은 계란을 아침상에 올려라”는 등의 신호같이 들린다. 먹고 살기 힘들 때 계란으로 밥상을 빛내주셨던 부모님 생각이 스친다.

가로등에만 의존하며 계속 걷는다. 고현천에서 밤을 무사하게 보낸 자연의 소리가 낮게 들려와 이내 걸음을 멈춘다. “꽤∽엑” 주위에 흩어져 잠잤던 청둥오리가 아침 점호를 위해 가족들을 불러 모으는 소리다. 작은 물결을 만드니 살아 있음을 짐작할 뿐 그들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물 가운데는 돌덩이 같은 색깔의 덩치 큰 왜가리가 눈에 띈다. 천적을 피해 물 가운데서 긴 다리로 밤을 보낸 왜가리는 아침 점호 차 지나가는 오리들이 귀찮은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밤새 안녕 점호에 동참 해 준다. 동물들의 아름다운 아침 점호다.

그러는 사이 아주 희미하게 아침이 밝아온다.

반환점까지는 약 3.5km, 40여분이 걸린다. 새벽 운동 코스로는 괜찮다. 십일자 전용 자가용은 지칠 줄 모르고 “유유자적” 자동적으로 걷고 또 걷는다. 맑은 공기는 한층 고조되게 만든다. 가슴이 뻥 뚫리는 이런 느낌에 고현천의 새벽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장난 가로등을 지날 때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빨리 수리가 되기를 소망해 진다.

자연과 함께 하며 반환점을 돌아선다. 아침 점호가 일찍 끝난 얼리버드인

청둥오리 가족들은 일찍부터 물구나무서기를 해 가며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점점 시야가 확보된다. 자연의 소리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고현천을 넘어 숲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깩깩깨∽액” 새벽의 무법자 직박구리새다. 떼창으로 울어대니 정적을 완전히 깨부수고 만다. 잘 생기지도 못하고 소란을 피우고 그렇다고 색깔도 이뿌지 않으니 아내가 “밉상새“라는 별명까지 지어준 새다. 시끄러워서인지 날이 밝아서인지 다른 자연의 소리도 연이어 들려온다. 박새, 딱새, 뱁새 등등 그들만의 울음소리로 아침 점호에 각각 동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연의 소리에 빠지며 어느 새 고현천의 하류에 도착한다. 때맞춰 하늘에서는 비둘기 부대가 공중에서 축하 비행을 해준다. 아침이 완전히 밝았음을 알려주니 다른 새들도 각각의 소리로 삼삼오오 모여 일제히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 후 인간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 듯 차들도 사람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점진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구나.“ 새삼 감동스럽게 느끼며 나도 편승하여 시작한다.

새벽녘 정적이 흐를 때만 청명하게 들을 수 있고 또 아침 점호 소리를 듣고 볼 수 있는 그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잘 지켜줘야 고현천의 새벽은 더 따뜻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건강과 함께 자연의 합창 소리를 들으려 내일도 모레도 고현천의 새벽길을 걸을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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