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 손영민의 풍물기행 /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
||
이것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숭어를 이용해 밥 대신 먹었던 것으로 배고픔을 채워주는 고마운 생선이다. 아직도 거제도 사람들에게는 숭어국찜을 먹으며 어렵게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데 숭어는 이른 봄부터 거제도 어민들을 분주하게 만든다.
숭어 때가 몰고 온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거제도 남동부 바닷가엔 붉은 동백, 노란수선화, 매화가 한창이고 해안가 길섶엔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도 와글와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봄이 왔다는 증거.
거제도 최남단의 그림 같은 대소병대도가 건너다보이는 남부면 홍포바다로 숭어잡이를 찾아 나섰다. 어민 이금찬(60세)씨가 천장산 기슭의 망루로 안내했다. 족히 30분 이상을 산길을 걸었다. 바닷가 가파른 벼랑의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소로가 동네사람들이 오랜 세월오고 가던 숭어잡이 길이다.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상록수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임을 실감시켜준다.
 |
||
숭어는 봄철 때를 지어 다니는 습성으로 거제 남부면 일대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그런데 숭어는 잡는 모습이 바다에 그물을 놓는 방식은 다른 어종과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높은 곳에서 숭어 때를 관찰하고 신호를 보내 잡는다는 것이다. 망루에서 망을 보는 사람을 망쟁이라고 부른다.
거제 일운·남부면을 끼고 있는 포구마을에서는 매년 2월부터 6월까지 숭어잡이가 한창이다. 이때 이곳 앞바다를 지나가는 숭어 때를 잡는 일명 숭어둘이. 혹은 육소장망이라 불리는 전통어법은 거제 남·동해곳곳에서 펼쳐진다. 이 방식은 1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재래식 숭어잡이 어로법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
||
레이더에 음파탐지기가 일반화 된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식 어업이 있나 싶지만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산란기인 가을철엔 숭어들이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지만 이른 봄엔 수백, 수천마리씩 무리지어 연안을 돌며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워낙 빨리 이동하는데다 후각이 발달해 다가가기 보다는 기다렸다가 잡는 게 최상이라고 한다.
숭어둘이는 본디 6척의 배와 27명의 일꾼이 한 조가 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숭어를 탐지하고 잡아내는 방식(육소장망 어업)이었다. 2명이 망을 보고 25명은 6척의 배를 나눠 타고 설치된 그물 양쪽에 3척씩 대기하고 있다가 망루에서 신호가 오면 일제히 그물을 끌어 당겨 잡아 올렸다.
 |
||
이날 잡은 숭어는 500마리, 두 망루꾼의 예측은 정확 했다. 거제도에선 지세포, 양화, 대포, 다대, 학동, 도장포, 등 6곳에서 해마다 숭어둘이가 벌어진다. 거제도 6개 포구에서 잡은 숭어는 대부분 곧장 활어운반차에 실려 전국대도시로 운반된다.
망을 보아 고기를 잡는 어법은 멸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에 오른 망쟁이가 회유하는 멸치 때를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어 일제히 후리로 끌어 당겨 많은 양의 멸치를 잡곤 하였다. 고래잡이에서도 고래를 발견 하는 것이 중요했으니 잡은 고래 몫에서 일정부분을 발견한 이에게 먼저 때줄 정도였다.
 |
||
어쩌면 갯가로 몰려드는 숭어 때마저 사라지고 육소장망마저 멈춘다면 거제 바닷가의 붉은 꽃은 피었으되 봄이 오지 않는 셈이 되어 미국의 레이첼카슨 작가의 표현대로 ‘침묵의 봄’으로 변하리라...
깨끗한 섬이나 연안에서 잡은 거제도의 숭어. 특히 봄 숭어는 으뜸이다. 회로 먹고 구워서도 먹는 숭어는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잡은 것을 제일로 친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살이 물러지고 맛이 떨어진다. ‘자산어보’는 “고기 맛이 달고 깊어서 물고기 중에서 최고”라고 했다. ‘지종유설’도 물고기의 으뜸이라 수어“라고 예찬 했다. 6개 포구와 대포항 등의 일부 식당에서 회와 구이를 맛 볼 수 있다.
 |
||
숭어회가 맛이 좋은 봄철에는 숭어껍질도 맛이 좋다. 그 깊은 맛에 한번 길들면 거제도여행길에 오를 때 마다 꼭 찾게 된다. 거제도사람들은 “숭어 껍질은 엘라스틴과 콜라겐으로 돼 있어 피부에 좋다.”고 말한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행정보
 |
||
| ▲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 ||
망산은 해발 397m의 작은 산으로 고려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입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되었다. 망산은 2Km의 송림 욕을 즐길 수 있으며 완만한 경사와 등산코스로 가족단위 등반이 인기가 좋다. 정상에 오르면 대소병대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등산로 안내
1. 명사(명사초등학교) 1.5정상
2. 홍포 0.5 해미장골 0.4정상
3. 여차 0.5 여차등 1.7 해미장골등 0.4 정상
4. 저구삼거리 2.2 여차등 1.7 해미장골 0.4 정상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뉴스앤거제 nng@daum.net
